2. 일본 교환학생 수기 - 교환대학 선택 기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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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번 글에 이어서 저는 어떻게 교환학생을 가게 되었고 어떻게 준비했는지 간략하게 써보려고 합니다.

교환학생 대학 선택

교환학생은 이 글에서도 밝혔지만 '대학과 대학 간 교환협정을 맺고 상호 파견하는 것'이기 때문에 기본적으로 대학교마다 갈 수 있는 대학이 다릅니다.

 

특정 대학에 가고 싶어도 재학 중인 대학과 협정을 안 맺고 있으면 어렵다는 거죠. 제가 재학하던 연세대는 한국에서 가장 활발하게 교환협정을 맺은 대학이었고 일본 교환 대학도 충실한 편이었기 때문에 별 문제없었지만 대학에 따라서는 일본 교환 대학이 1~2곳 밖에 없다던가 특정 단과대만 갈 수 있다던가 하는 경우도 있기 때문에 우선 이걸 대학교 국제처 또는 대학교 홈페이지 공지 등을 통해 확인하셔야 합니다.

 

연세대 2021-1학기 교환학생 중 일본 교환 선발 대학

 

제가 로스쿨에 입학한 때인 2021년 기준 연세대 -> 일본 대학 교환명단입니다. 한창 코로나19로 교환학생 TO 나가리 될 때인데도 상당 수의 주요 대학으로 교환학생을 파견하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저렇게 일단 대학 측에서 제공하는 교환 가능한 대학을 공지하면 그에 맞춰서 지원하게 됩니다. 저런 식으로 엑셀식으로 공지하는 경우도 있고 그냥 교환 가능 대학을 공지에 써두는 경우도 있습니다.

 

어느 교환대학을 갈지를 결정하는 기준은 사람마다 다릅니다만 저 같은 경우

 

1. 전공학점 취득이 가능한가

2. 일본 인턴십(インターンシップ)을 할 수 있는 환경인가

3. 대학교 네임밸류가 괜찮은가

4. 일본인들과의 교류소통이 활발한가

5. 교환 온 외국인들과의 교류소통이 활발한가

 

위 5가지가 기준이었습니다.

 

그래서 저 같은 경우, 일본의 중심인 도쿄에서 장기간 살아보고 싶었고 특히 인턴십(インターンシップ)이라고 불리는 일본 취업프로세스를 경험해보고 싶었는데 대체적으로 도쿄에서 많이 인턴을 뽑았으므로 도쿄 소재대학을 골랐습니다. 원래 도쿄대를 1순위로 생각했는데 교환학생의 전공수업 수강에 배타적인 편(수업 수강도 어렵고 F도 자주 주는 편)이라는 교환 후기를 보고 게이오기주쿠를 1순위, 와세다를 2순위, 히토츠바시를 3순위로 놓고 지원했습니다.

 

히토츠바시를 후순위로 한 이유는 '뭐 명문대이긴 한데 국제학생도 딱히 많이 받는 것도 아니고 소형 대학이라 내가 원하는 외국인+일본인과의 소통이 어렵지 않을까?' 하는 마음도 있었고 뭣보다 대학 위치가 도쿄도 23구가 아닌 쿠니타치시인데 신주쿠까지는 30분, 시부야까지는 45분 걸리는, 그러니까 말이 도쿄도지 사실상 수도권 대학인지라 애매하다고 생각해서 걸렀습니다.

 

근데 게이오도 어차피 미타 캠퍼스가 아닌 요코하마현 카와사키시에 위치한 히요시 캠퍼스 주변에 기숙사가 있어서 어차피 통학해야 한다는 점, 그리고 기숙사마다 다르지만 6~9만 엔이라 히토츠바시 기숙사보다 2~3배가량 비싸다는 거 감안하면 히토츠바시도 좋은 선택지라고 생각합니다. 지원 전에 기숙사비 찾아볼 생각은 못했었어요. 어차피 비슷비슷할 거라고 지레짐작했는데 생각보다 차이가 매우 컸습니다. 

 

혹시 교환학생 지원 대학에 대해 고민이라면 기숙사가 자신이 수업을 듣는 캠퍼스에 있는지, 특히 교환학생(유학생) 기숙사비는 얼마나 되는지 검색을 꼭 해보시기 바랍니다. 지역이 다르면 몰라도 같은 도쿄 지역이면 거기서 거기일 줄 알았는데 생각보다 차이가 크고 교환 생활에서 결정적인 금전적 부담의 차이가 되므로 특별히 가고 싶은 대학이 없고 수준이 비슷비슷하다면 기숙사비 찾아보시고 결정하시는 걸 추천드립니다.

 

그리고 먼저 교환 간 선배들의 후기를 모아놓는 학교의 경우 후기를 반드시 참고하시기 바랍니다. 생각지도 못했던 장학금 정보, 기숙사비 및 시설 정보, 돌아온 뒤 교환학점 인정 방식, 현지 알바 등등 꿀정보가 가득한 경우가 많기 때문에 무척 도움이 됩니다. 저는 찾아볼 생각 안 했다가 제 후기 제출하고 나서 둘러봤는데 나중에 봐보니까 꿀팁 가득한 후기가 너무 많았습니다. 후회되는 부분 중 하나죠.

 

교환 가는 대학교 네임밸류에 관하여

 

사실 교환학생을 간 다른 학생들에게 물어봐도 대학교 네임밸류에 대한 견해는 다 달랐습니다.

 

저 개인적으로는 교환 가는 목표에 따라 다르다고 생각합니다. 

 

우선 조금이라도 일본 취업 또는 일본 유학 생각이 있는 경우는 최대한 높은 대학으로 교환 가는 게 맞다고 생각합니다. 한국 대학의 인지도는 외국에서는 상당히 낮은 편인데 이는 우리나라가 개발도상국이었다가 2000년대 이후 선진국이 된 나라인 만큼 선진국으로부터 유학생을 많이 받지도 못했고 받았더라도 그 역사가 짧았기 때문입니다.

 

우리야 예전에는 개발도상국이었기 때문에 일본, 미국으로 유학 가는 경우가 일반적이었고 그러므로 일본, 미국의 유명대학이 평범한 한국인들 사이에서도 어느 정도 알려져 있지만 그쪽에서는 우리나라 유학 올 일이 없다 보니 거의 모릅니다. 우리나라 사람들이 일본 명문대학은 대충 알거나 들어는 봤어도(와세다라던가 메이지라던가) 대만 명문 대학은 잘 모르는 거랑 비슷합니다.

 

일본 기준 진짜 일반인은 딱 서울대만 알고(이것도 한국 수도는 서울이니까 '일본에서 도쿄대가 1등인 것처럼, 한국에서도 서울대가 1등 아님?' 같은 인식 때문) SKY대, 즉 연세대, 고려대를 알 면 정말 많이 안다 수준입니다. 그나마 제가 교환을 간 게이오기주쿠대학은 학교 특성상 연세대와 교류행사도 많고 요즘 젊은 세대는 한국에 관심이 있는 편이라 延世大学(えんせいだいがく)라고 하면 학생들은 알아먹었는데 평범한 일본인, 특히 중년층 이상은 연고대도 모르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래서 교환을 일본 명문대로 가는 게 유의미합니다. 일본 기업 인사 입장에서는 '연세대 출신'보다 '도쿄대 1년 교환'했다는 게 더 눈에 띄니까요. 그걸 바탕으로 '일본문화를 잘 이해하고 일본 유수의 명문대에서 적응 잘할 정도로 난 일본에 맞는 인재다'라는 걸 보여줄 수 있기도 하고 ES나 면접 때 어필하기도 용이합니다.

 

저도 일본에서 인턴 지원을 했을 때 일부 인턴은 면접을 봤었는데 그때 면접관의 관심포인트는 일단 1. 한국인이라는 것과 2. 게이오기주쿠 교환학생이며 3. 해당 학교 동아리에서 활동 중이라는 것이었고 사실 인턴 생활 하는 중에서도 위 3가지 부분을 신기해하고 주목하는 건 계속 느껴졌습니다. 결국 일본 취업을 하지는 않았지만 취업 시 이런 점이 도움이 된다는 건 짧은 인턴 경험에서도 어느 정도 느껴졌습니다.

 

 

반면 일본 가는 게 휴식, 어학교류 정도의 느낌이라면 네임밸류 별로 안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수업 수준? 명문대랍시고 교환학생한테도 빡세게 하면 오히려 노는데 방해되죠. 출석 안 해도 시험만 보면 널널하게 C는 주는 수업이 많은 학교가 가기 좋습니다.

 

학생교류? 사실 국제적으로는 명문대일수록 비교적 국제 네트워크가 갖춰져 있어서 이에 따른 학생 교류라던가 외국인 유학생에 대한 편의를 봐주는 편이긴 한데 일본은 명문대라 오히려 폐쇄적인 경우도 꽤 많아서 속단하기 어렵습니다. 당장 도쿄대만 해도 그런 편이고요.

 

한국 취업? 학벌을 보는 경우라면 걍 본인 한국 학벌 기준으로 판단하지 일본 명문대로 교환 갔다고 대단하게 여기지 않습니다. 해봐야 '오, A대 출신인데 와세다로 교환 갔어? 일본어는 잘하겠네'정도인데 이건 JLPT, JPT, SJPT가 오히려 소명이 더 잘되고요.

 

노는 게 목적이면 오히려 입지가 좋은 지, 기숙사비가 싸고 기숙사 옆에 캠퍼스가 있어서 교통비가 안 드는지(그래야 돈을 온전히 노는 데 쓸 수 있으니까)를 더 따져야 한다고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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