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대 이야기

대만의 차세대 국산 전투기 프로젝트 ADF, 그 실체와 가능성

BD2Mat 2024. 2. 29. 14: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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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대만에서 차세대 국산 전투기 프로젝트가 진행된다는 소식이 언론에서 보도되었습니다. 사실 아직 탐색 개발 단계라 아주 특이할 만한 부분은 없지만 관련한 블로그 글이나 기사가 거의 없길래 제가 알아본 부분을 적어봅니다.

 

1. ADF가 찌라시, 가짜뉴스였던 시절

 

 

ADF는 고등방어전투기(Advanced Defense Fighter)의 약자입니다. 과거 대만의 국산 경전투기 F-CK-1 경국(經國, 징궈)의 개발 당시 호칭이 IDF(Indigenous Defense Fighter, 국산방어전투기)였던 것에서 따온 프로젝트 명으로 국산 전투기인 IDF의 명맥을 잇겠다는 의지의 표현이라고 해석되기도 합니다.

 

그리고 이 ADF라는 차세대 국산전투기에 대한 명칭은 생각보다 오래전부터 쓰였습니다. 경국 전투기를 개발한 직후인 1990년대, 2000년대에도 ADF라는 말이 돌았는데 징궈를 개발/생산한 AIDC(漢翔航空公司)가 경국 전투기의 다음 프로젝트로 4세대 or 4.5세대급 전투기를 만들어야 한다고 지속적으로 정부에 어필하면서 ADF라는 표현을 썼기 때문입니다.

 

그 후로 심심치 않게 ADF 개발 관련 찌라시가 돌았는데 제가 본 가장 황당한 찌라시는 2002년 대만 밀리터리 커뮤니티에 올라온 글인데요. 그 내용은 다음과 같습니다.

 

대만 AIDC(漢翔航空公司)가 미국 록히드 마틴과 제네럴 다이나믹스, 프랑스 다쏘와 협력하여 ADF를 현재 개발하고 있으며 그 명칭은 운표(雲豹)가 될 것이다.

 

ADF의 사양은 4.5세대 수준의 부분 스텔스가 적용되며 공중급유기능이 있고 AIM-120과 AIM-9G/P를 장착하며 F-15의 엔진(당시는 프랫 & 휘트니 F100)보다 추중비가 좋고 수직이착륙이 가능한 엔진까지 탑재한 수준급 전투기로 개발될 것이고 초도분 12대, 최종 150여 대를 양산될 것이다

 

2000년의 대만이 지금 KF-21 만들고 있는 한국급의 개발역량은 돼야 가능한 시나리오를 나열하고 있습니다. 뭐 실제로 록히드 마틴, 제네럴 다이내믹스, 다쏘가 전면 협력한다면 불가능한 건 아니겠지만 당시는 미국이나 프랑스나 F-16이랑 미라지 팔아먹어야 하는데 저 정도까지 협력할 이유는 없다고 생각되네요. 실제로도 조용히 묻혔습니다.

 

지금 현재 진행되는 ADF 프로젝트보고 운표라고 부르는 경우가 대만 웹, 유튜브에 많은 것도 위 찌라시 때문인데요. 실제로는 대부분 시제기가 출고된 뒤에 명칭이 붙기 때문에(한국 KF-21 보라매도 그랬고 대만 경국 전투기도 그랬습니다) 운표라는 이름이 안 붙을 수도 있습니다.

 

2. 실제 개발 상황

 

실체가 있는 ADF 프로젝트의 시작점은 2016년으로 거슬러 올라갑니다. 당시 한국의 국방부장관 격인 대만 국방부장인 펑스콴이 차세대 전투기를 포함한 항공기술 연구를 위해 항공과학기술 연구개발센터(航空科技研究發展中心)의 설립을 추진했습니다. 이에 따라 2017년 항공과학기술 연구개발센터가 개관했으며 이때를 기점으로 대만 공군과 중산과학원(國家中山科學研究院, 한국의 ADD격의 국방연구소), AIDC를 중심으로 본격적으로 미래 항공기술을 개발하기 시작합니다.

2017년부터 대만 공군과 중산과학원은 천사 프로젝트(天使計畫)라는 이름으로 24개 핵심 국방기술 및 고등교육기 관련 기술을 연구했고 동시에 직녀성 프로젝트(織女星計畫)라는 이름으로 항공기 엔진을 개발하는 사업을 추진했는데 경국 전투기에 도입된 TFE-1042-70 엔진을 바탕으로 한 자체 엔진 개발 프로젝트였습니다. 어찌어찌 이를 마개조하면 추력이 약 2배가량인 F404, 즉 주력기에 쓰이는 급의 엔진을 만들 수 있다는 계산이었죠. 

 

예산은 2019년 88억 대만 달러(약 3700억 원)가 배정되었습니다. 사실 이때까지만 해도 차세대기 개발사업이라기보다는 향후 차세대기를 개발을 위한 대규모 국방기술 연구프로젝트에 가까운 사업, 즉 개발 프로젝트라고 보다는 기반 연구사업에 가까웠습니다. 


그런데 각종 무기도입사업이 늘면서 이 프로젝트들에 들어갈 예산이 다 해상, 항공전력 개발에 쓰이고 위 두 프로젝트에는 제대로 예산이 배정되지 않았다가 2020년 이후 천사 프로젝트는 기술 연구개발 사업에서 차세대기 제작까지 목표로 하는 프로젝트로 변경되면서 어느 정도 탄력을 받아 예산을 배정받았고 직녀성 프로젝트도 예산을 받게 됩니다.

 

그러나 2022년까지 천사 프로젝트의 기체 관련 기술은 어느정도 궤도에 올랐지만 직녀성 프로젝트는 총체적으로 실패했기 때문에 2023년에는 엔진을 외부에서 사 오고(현재는 KF-21, F/A-18E/F 슈퍼호넷의 엔진인 F414와 AIDC에서 부품을 생산하고 있는 롤스로이스의 엔진 중에서 검토 중), 항전장비 통합도 외부 기업(L3해리스가 유력) 맡는 것으로 변경하여 최종적으로 사업이 확정되었는데 ADF계획이라고도 하고 303 프로젝트(303計劃)라고도 부릅니다. 

 

이러한 형태의 계획이 정확히 언제 확정되었는지는 조금 불명확한데 적어도 2024년에는 완전히 확정된 것으로 보입니다. 차이잉원 대만 총통의 차기 전투기 개발 확정 인터뷰를 한 게 올해 1월이니까요.

예산의 경우 2023년에 932만 대만 달러(3억 9천만 원), 2024년에는 4005만 대만 달러(16억 9천만 원)가 배정되었는데, KF-21 탐색 개발에 10년 전인 2011년부터 약 2년 반 동안 550억 원 정도가 들었다는 걸 감안하면 아직 본격적인 탐색 개발에 착수하지 않았거나 엔진, 항전장비 통합뿐만 아니라 상당히 많은 부분을 외부에 맡기려는 것으로 보입니다. 실제로 ADF의 국산화율에 대해 조금 회의적인 전문가의 경우 'ADF의 국산화율은 20%만 돼도 성공한 것'이라고 말하기도 합니다.

 

 

예전에 경국 전투기가 국산화율이 무려 3%...였다가 이후 꾸준히 국산화를 하여 막바지 즈음에 48%, 이후 경국 전투기를 개량하여 만든 용응 고등훈련기가 55%인데 IDF계열은 1989년부터 만들어 왔다는 걸 감안하면 ADF의 국산화율이 적어도 초기에는 그닥 높지 않을 것이고 30년 간 50%대로만 끌어올려도 선방하는 것일 겁니다.

 

3. 실제 개발 가능성

저는 적어도 개발계획대로 착착 개발될 가능성은 낮게 봅니다. 그 이유를 꼽자면  1. 중국의 방해, 2. 미국의 비협조, 3. 예산의 한계, 4. 대만의 개발역량이 있습니다.

 

 

중국은 대만의 무기도입 및 군사협력을 꾸준히 견제하고 있습니다. 외교적, 경제적 압력을 넣어서 도입 못하게 하는 형태죠. 그래서 가장 친 대만적인 국가인 일본도 기술협력 수준의 제한적 협력 정도만 하고 있는 상태입니다. 그나마 프랑스 정도가 미라지 2000 전투기도 팔아주고 라파예트급도 팔아주는 등 직접적인 도움을 준 케이스이지만 이후로는 도입한 무기들을 개량 사업 정도 외에는 별도의 군사협력을 자제하고 있는 상황이고요.

 

여기에는 우리나라도 협조하고 있습니다. 사실 타국들보다 이 부분은 적극적으로 협조하는 편인데

한국 너희들이 대만에 무기를 팔아? 그럼 우리도 북한에 무기 팔지 뭐.
너희들이 대만에 무기 파는 것처럼 우리도 북한에 전투기 팔고 잠수함 팔고 탱크 팔고 해도 되지?

 

라는 말을 중국이 하기 때문이죠. 우리나라로서는 북한에 중국산 최신 무기들이 유입되는 걸 최대한 막을 필요가 있기 때문에 굳이 대만에 무기를 팔아서 중국을 자극할 생각을 안 하고 있습니다. 실제로 우리가 안 하니까 중국도 북한과 경제교류는 하고 있어도 적극적인 군사교류는 안 하고 있기도 하고요. 

 

그래서 대만의 무기 도입 및 본격적인 개발협력은 미국을 빼놓고는 이야기할 수 없습니다. 중국이 뭐라 하든 대만에 무기 수출을 해주고 개발협력을 마음대로 할 수 있는 유일한 국가니까요.

 

 

그런데 그 미국이 대만의 자체 전투기 제작에 부정적인 입장입니다. 미국이 대만의 군사력 증강을 원치 않는다는 말이 아닙니다. 오히려 돈까지 빌려 주면서(FMF) 적극적으로 무장시키려고 하고 있죠. F-16V 도입 및 기존 F-16A/B를 V로 개량, 공대공 AMRAAM(D형) 및 공대지 AGM-88B 도입, HIMARS 및 하푼 미사일 도입 등등.

 

그런데 왜 자체 전투기 제작은 반대하냐? 우선 대만에는 그런 대칭형 무기가 많을 필요가 없다는 겁니다. 어차피 유사시면 미 공군, 미 해군 전투기가 영공을 지키러 올 텐데 대만군에 F-16V 외에 자체 전투기까지 필요할 이유가 있냐는 거죠.

 

당장 급한 중국의 침공을 막기 위해서는 대만 땅에 있어야 의미가 있는 무기들, 특히 지대함 미사일, 잠수함, 대잠능력을 갖춘 초계/구축/호위함 등을 확충하는 게 우선이다라는 것이 미국의 입장입니다. 실제로 그런 것들 위주로 팔아주고 있고요.

 

또 정 신형 전투기가 필요하다? 그럼 미국 것을 사라는 거죠. F-16V를 팔아준 것처럼요. 미국 입장에서 보기에 전투기 자체개발은 예산만 많이 잡아먹고 어차피 만들어 봤자 거의 대부분 미국 부품이 들어가야 하는데 그럼 해역 봉쇄 등 수출입을 못하는 경우에 대만 자체적으로 전투기를 유지보수하는 데 이점이 있지도 않다는 거죠. 그러므로 그다지 적극적으로 협력하지 않습니다.

 

이전에 대만에서 경국 전투기 만들 때도 당시 F-15, F-16, F/A-18에 탑재되었던 F100, F110, F404 도입을 원했지만 미국에서 거절했고 그래서 결국 미국 민간 엔진회사에서 위 엔진들의 1/2 정도 되는 추력인 TFE-1042-70 엔진을 도입해와서 써야만 했습니다. 2022년 대만이 직녀성 프로젝트와는 별개로 차세대 전투기를 위한 F414 엔진 수출을 요구하자 거절한 바 있기도 하고요.

 

위와 연결되는 게 예산 문제입니다. 보다 시급한 것이 무엇이냐는 거죠.

 

자체 전투기 제작은 직도입과는 달리 이게 시간에 맞을지, 필요한 전력을 충족할지 알기 어렵습니다. 물론 직도입도 주문한 국가에서 제작이 지연된다던가 하는 리스크는 있습니다만 해당 전력이 오는 것 자체는 확정적인 반면 자체 개발은 기약도 없거니와 언제 펑하고 사업이 터질지 모르는 경우가 많습니다. 실제로 대만의 경우 105mm 장갑차라던가 호위함 계획이라던가 이런 식으로 자체 개발 사업이 터진 케이스도 꽤 되고요.

 

거기에 돈 들일 바에야 확정적으로 되는 것에 집중하는 게 맞다는 거죠. 게다가 어차피 적어도 개발 초기에는 대부분의 부품을 미국에서 들여와야 한다는 점을 생각하면 국내 산업에 기여하는 바도 크지 않다는 점입니다. 이 부분은 주로 중국 국민당 쪽에서 자주 지적하는 부분입니다.

 

 

마지막은 대만군의 개발역량입니다.

 

사실 대만은 자체 3000톤 급 잠수함을 건조했고 고속정을 건조했으며 음속 전투기를 만들었으고 전차도 기존 1세대 전차를 개량하여 2세대 전차로 바꾸거나 기술을 참고한 장갑차를 제작하는 등  무기를 잘 만드는 편에 속하는 국가입니다. 그런데 딱 그 정도라는 게 문제입니다. 

 

대만 산업구조 자체도 한국, 일본과는 다르게 중공업이 별로 발달하지 못해서 배후 산업도 약한 상태입니다. 그래서 위에서 말한 잠수함은 졸속으로 만들어서 비용이 워낙 크게 들었고 나중에 개량할 부분이 많다고 스스로 인정할 정도이고 나머지는 미국의 도움을 크게 받았죠. 위에서 언급했듯 그래서 경국 전투기도 초기 국산화율이 3%에 그칠 정도였고요.

 

그런데 문제는 이 개발역량을 간과한 채 너무 큰 목표만 그리는 경우가 많다는 거죠.

 

대표적인 예시가 최근 사례인 대만 차세대 미사일 호위함 사업입니다. 대략적인 경과를 보면 다음과 같습니다.

 

 

1. 2010년대 초 대만 해군은 차세대 미사일 호위함 사업을 위한 대공방어체계 개발을 중산과학원에 위탁함. 이때 요구사항은 PESA 레이더 개발이 포함되어 있었고 애초에 당시 중산과학원에는 PESA 개발 기술 밖에 없었음.

 

2. 2015년 대만 해군은 이탈리아 셀렉스 ES, 프랑스 나발 그룹의 협조 아래 전투체계 관련 데이터 및 정보들을 받아옴. 즉 최상위 호위함들은 어떤 스펙이고 어떻게 돌아가는지에 대한 정보를 받아옴.

 

3. 2017년, 프로젝트가 본격적으로 시작되고 대만 해군은 4500톤 급의 배에 300km 이상 탐지 가능한 AESA 레이더를 탑재할 것을 요구함. 그런데 중산과학원이 차세대 호위함 전투 시스템에 대해 내놓은 '전반적 획득 계획안'은 PESA 레이더에 기반하고 있었고 게다가 300km 이상 탐지 가능한 AESA 레이더=미국 SPY-1D급 정도의 스펙인데 SPY-1D가 탑재된 미국 이지스함의 체급은 9천 톤 이상. 애초에 이지스함 급 시스템이 탑재된 가장 작은 함선이 스페인의 F100으로 만재 배수량 6000톤.

 

4. 당연히 중산과학원은 개발이 불가능하다고 했지만 대만 해군이 그냥 4500톤+AESA 레이더로 못 박아버림. 당초 PESA 레이더를 의뢰받고 개발하고 있었던 중산과학원 입장에서는 기가 막힐 노릇.

 

5. 결국 계획 자체가 공중분해. 6500톤 급 함선과 2500톤 급 호위함을 각각 생산하는 형태로 계획이 변화.

 

그 결과 계획이 잘 진행되면 2026년에 2500톤급 호위함이 납품될 예정이며 2024년 1월에 6500톤 급 관련 개발탐사연구가 대학에서 막 진행됨.

 

정리하면 멀쩡하던 4500톤급 호위함 사업을 외국 1류 함선 보고 뽕맞아서 세계에서 유례가 없는 조건+애초에 사전 기반 기술개발조차 안된 스펙을 요구한 결과 날려먹고 10년 이상 지체시킨 사건입니다.

 

이렇게 대만의 경우 해외 1류급을 바로 자신들이 만들 수 있다는 자신감이 상당히 강한데 자국의 기술력에 대한 객관적인 평가가 대체적으로 부족하기 때문입니다.

 

예를 들어 한국의 훈련기 및 경공격기인 T-50, FA-50에 대해서 대만 언론 및 매체들은 '대만 기술자들이 만들어준 비행기', '대만 기술자들이 대거 참여한 비행기'라고 하는 등 유독 자국 기술력을 예찬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런데 실제로는 꼬리날개 부분에 관해 자문을 해준 정도였습니다.

 

구체적으로는 T-50 개발 당시 꼬리날개에 대한 복합재 도입에 대해서 공군과 록히드마틴은 꽤나 미온적이었습니다. 복합재 도입에 찬성이었던 KAI는 엔지니어를 복합재를 도입한 경국 전투기를 만든 대만에 파견 보내서 꼬리날개의 복합재 도입에 대한 자문을 구했습니다. 문제없을 것이다라는 자문을 받았고 이를 통해서 꼬리 날개 복합재 도입이 관철된 것이죠.

 

즉, 대만 기술자들은 한국에 오지도 않았습니다. 또한 애초에 복합재 제조 기술도 이미 KF-16 라이센스 생산을 통해서 확보된 상태였습니다. 즉, KAI 엔지니어들이 '꼬리날개에 복합재 도입해도 문제없음. 경국도 그랬 는데'라는 보고서를 작성하기 위한 말을 듣기 위해서 간 거지 대만 기술자나 기술이 한국에 오거나 한 게 아닌데도 저런 말을 지금도 하고 있습니다. 

 

2024년 2월 대만 공군 부사령관을 지내고 국방안보 연구소 부국장을 역임한 사람이 자국 차세대 전투기에 대해서 한 발언을 번역해 보면 다음과 같습니다. https://www.taisounds.com/news/content/71/110779

 

1. 차세대 전투기가 F-35와 같은 5세대 전투기가 될지 영/이/일이 개발 중인 GCAP와 같은 6세대기가 될지에 대해 토론이 이루어졌다.

 

2. 차세대 전투기는 단거리 또는 수직 이착륙력, 스텔스 기능, 초음속 순항비행 능력, BVR 교전능력을 갖추고 여기에 무인기, 유인기 합동 전투능력도 갖추어야 하며 대만의 기술력으로 이는 불가능한 것이 아니다.

 

3. 대만은 1980년대 당시 아시아 최초로 독자적으로 초음속 전투기(경국 전투기)를 개발할 수 있었고 이 IDF 기술자들은 한국 T-50에 큰 역할을 했다.

 

4. 이처럼 대만의 훌륭한 기술력과 서방세계의 지원을 합치면 충분히 위와 같은 전투기를 갖출 수 있고 특히 각지에 유학을 가서 유수의 항공기술 관련 기업에 있는 대만인들을 모을 수도 있을 것이다.

 

5. 차세대 전투기 사업이 제대로 진행 안되면 대만의 국방기술자들이 해외로 떠날 것. T-50 전투기를 만들었던 대만 기술자들의 사례를 되풀이하면 안 된다.

 

이런 식입니다.

 

경전투기를 미국 엔진, 부품 가져다가 만든 게 마지막인 본인들이 서방세계의 협력이 있으면 5세대, 6세대 전투기를 바로 만들 수 있다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T-50, FA-50을 지속적 양산하고 해군 버전 AESA 레이더를 개발하는 등 관련 기술을 지속적으로 개발하고 쌓았던 한국도 록히드 마틴과 상당 수준(물론 핵심 기술들은 이전 안 해줬지만) 협력한 결과물이 KF-21이며 KF-21도 5세대를 추종하는 4.5세대를 내세우지 5세대 만든다고 하지 않습니다. 적어도 Block 2까지는 4.5세대라는 게 아직까지는 오피셜이고요.

 

정리하자면 자국 전투기의 개발목적 스펙은 대만 기술력에 비추어 봤을 때 기간 내에 달성가능 한 것인지 판단이 지금 되고 있는 건가 의심스럽기 때문에 차세대 미사일 호위함 사업처럼 도중에 고꾸라지거나 최소한 개발일정이 늘어질 가능성이 높다고 생각합니다.

 

4. ADF는 대만의 F-35 도입을 위한 발판?

 

상당 수의 대만군 쪽 전문가들은 차기 전투기 사업의 중요성을 강조할 때 특이하게도 'ADF를 개발하면 미국이 F-35A를 팔아줄 거야. 그러니까 개발해야 해.'라고 주장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사실 이건 대만군의 경험에 의한 건데요. 미국에게 어떤 무기를 팔아달라고 요청할 때 미국이 요청을 거부하는 경우 해당 무기를 직접 만들어내면 그때서야 수출해 준 경험이 여러 번 있었기 때문입니다.

 

대표적인 게 F-16과 경국 전투기입니다. 기존 대만의 F-5 전투기가 너무 낡았고 급이 낮았기 때문에 대만은 미국에게 F-16 수출을 줄곧 요청했지만 계속 미국에게 거부당했습니다. 그때는 중국이 막 개방하는 시기라 중국 의견을 많이 들어주던 시기라 더더욱 그랬죠.

 

그런데 대만이 미국 군사업체(노스롭 그루먼, 하니웰)와 협력하여 경국 전투기를 만들어 내니까 그때서야 F-16을 수출해 줍니다. 

 

수송기인 록히드마틴 C-130도 줄곧 수출해 달라고 요구해도 안 들어주다가 XC-2 자체 수송기 개발이 상당 부분 궤도에 오르자 그제야 C-130을 팔아줍니다. XC-2는 중량초과, 수많은 미세한 결함들 등으로 인하여 C-130 수출이 결정되자 그대로 양산되지 못하고 폐기되었지만 C-130을 사 올 수 있었으니 본전 뽑았다는 게 대만 측의 평가였습니다.

 

계속 이래왔다 보니 '우리가 5세대 급 전투기를 어느 정도 만들 역량을 갖추면 미국이 F-35를 팔아줄 거야!'라는 게 대만 측 사람들이 가지는 생각이라는 거죠.

 

그런데 이 건 큰 착각인 게, 미국이 대만에 최첨단 무기를 수출 안 하는 이유는 신뢰 때문입니다. 솔직히 말해서 못 믿겠다는 거죠. 

 

이걸 설명하려면 대만의 역사부터 이야기해야 하는데 간단히 말하자면, 대만인은 크게 두 가지 부류로 나뉩니다.

 

15~19세기 동안 중국 남부지방에서 건너온 한족 대만인, 이들을 본성인(내성인이라고 하기도 함)이라고 합니다.

반면 20세기 중화민국이 중공과의 국공내전에서 패하면서 대만으로 옮겨온 한족 사람들, 이들을 외성인이라고 합니다.

 

같은 중국에서 넘어온 한족인데 뭐가 다르냐고 할 수도 있겠지만, 외성인들이 본성인들을 억압하고(2.28 사건), 외성인들 위주로 독재정치를 펼치기 시작하면서 둘 사이의 골이 깊어지게 됩니다.

 

이러한 외성인들을 대표하는 정당이 계속 대만을 독재했던 중국국민당이고 본성인들을 대표하는 것이 민주진보당입니다. 민주진보당이 반중, 친일, 대만독립을 지지하며 중국국민당이 상대적으로 친중, 반일, 대만독립을 반대하는 것이 이러한 이유 때문입니다.

 

중국국민당은 '물론 공산주의는 싫지만 우리는 위대한 중화의 역사를 계승한 중화민족의 국가'라는 스탠스고 민주진보당은 '명청시기건 지금이건 중국의 식민지배일 뿐이다.'라는 스탠스죠. 대만의 일제식민시기도 '어차피 그전 명청시기도 중국에 의한 식민시기였는데 뭐'라면서 상대적으로 친일적인 스탠스를 취하는 것도 이것 때문입니다. 중국국민당은 당연히 중일전쟁을 치른 당사자로 보기 때문에 싫어하고요.

 

그런데 문제는 친중성향의 이 외성인-중국국민당 계열의 사람들이 상당수가 군인으로 많이들 진출한다는 겁니다. 독재시기에는 대놓고 외성인만 선발했고 지금은 그렇지 않지만 내성인들은 직업군인이 되길 꺼려하고 반면 외성인들은 많이 진출합니다. 그런데 이 사람들은 상대적으로 친중이라고 했잖아요. 그렇기 때문에 관리가 안됩니다.

 

1) 대만군 퇴역 소장 2명이 간첩짓한 사건이라던가

https://news.ltn.com.tw/news/society/breakingnews/4487051

 

2) 현역 장군이 간첩짓을 했고 FBI에 의해 검거되었다던가

https://www.donga.com/news/Inter/article/all/20110210/34732283/1

 

3) 대만의 퇴역장군 100여 명이 중국 행사에 참여했고 전 공군 부사령관을 지낸 양반이 '국민당군이나 공산당군이나 구분 없이 모두 중국 군대'라고 말한 사건이라던가

https://www.segye.com/newsView/20110621001799

 

장군 급만 해도 이 정도고 위관, 영관급은 간첩이 매년 나오는 수준입니다. 그런데 최첨단 무기를 믿고 대만군에 넘겨준다? 뭘 믿고요? 말이 안 되죠.

 

그래서 미국은 대만에 무기를 팔 때 '중국의 기술력'을 보고 넘겨줍니다.

 

F-16만 해도 당시 중국이 소련과 4세대 전투기인 Su-27(이후 J-11) 라이센스 협약을 모색하고 있었기 때문에 팔아준 거고 2000년에 도입된 중거리 공대공 미사일인 AIM-120 AMRAAM 초기형도 대만에게 200발을 팔아주긴 하되 미 괌 공군 기지에 실물을 보관하고 있다가 2년 뒤인 2002년에 당시 암람 초기형의 사거리(100km 전후)를 가진 PL-12를 중국이 개발하자 2003년에야 암람을 대만에 넘겨줍니다.

 

중국도 스텔스기인 J-20이 있긴 하지만 Su-57에 비해서도 한수 아래라는 게 중국 내에서도 중론이며 F-35 및 F-22는 당연히 비교대상이 아닙니다. 그러므로 중국의 기술이 충분히 성숙해서 최소한 F-35 급에 도달한 상황이 아니라면 미국이 대만에게 F-35를 팔아줄 일은 없다는 거죠.

 

5. 정리

이렇게 대만 ADF에 대해서 간단하게 알아보았습니다. 사실 대만이 ADF를 만들 이유가 없는 건 아닙니다. 비록 외산 부품을 떡칠해서 만들어도 결국 자국 전투기 플랫폼이 있는 것과 없는 것은 항공 무기, 레이더, 항전장비 등을 자체 개발할 때 중요한 차이를 가져오고 단계적인 국산화를 통해 국내 내수경제를 진작시키고 개발역량을 유지할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스스로의 개발역량을 과신하면 결국 돈만 날리게 되는 수가 있습니다. 한국이 KF-21을 신속하게 개발할 수 있었던 이유는 기술력과 배후 산업이 받쳐준 것도 있지만 자신의 방산역량을 잘 알고 이에 맞춰서 사업을 계획했기 때문입니다. 'F-5, F-4를 대체하는 5세대를 추종하는 4.5세대 전투기'라는 알맞은 목표를 세워서 성과를 거둔 거죠.

 

대만 역시 ADF의 목표를 무슨 5세대, 6세대 전투기가 아니라 F-16의 6배나 되는 유지비를 가진 미라지 2000과 낡아빠진 F-5E/F, 징궈 전투기를 대체하는 4.5세대 로우급 전투기를 목표로 하는 게 현실적이며 사실 이렇게 목표를 잡아도 해낼지는 의문입니다. 이제 사업을 시작했으니 5년, 10년 뒤에 어떻게 사업이 바뀌어 있을지는 추후에 살펴보도록 하겠습니다.

 

 

참고 출처

https://www.chinatimes.com/newspapers/20210416000467-260509?chdtv

https://www.upmedia.mg/news_info.php?Type=1&SerialNo=144649

https://www.upmedia.mg/news_info.php?Type=1&SerialNo=64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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