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일본 교환학생 수기 - 교환학생 가게 된 계기, 사전준비(부모님 허락, 돈 문제 등)
어차피 휴학도 한 김에 교환학생 준비글을 한 번 써보고자 합니다.
저는 어떻게 교환학생을 가게 되었고 어떻게 준비했는지 간략하게 써보려고 합니다.
구체적인 시기는 제 재학 중인 대학, 교환 간 대학이 밝혀진 상황에서 시기까지 말씀드리면 제 신상이 특정되는 문제가 있기 때문에 양해부탁드립니다.
1. 교환 가게 된 계기
사실 애초에 일본에 가보고 싶다는 생각은 하고 있었습니다. 대학 입학하기 전부터 일본에 대해서 관심이 많았기 때문입니다.
중학생 때 저는 도서부 소속이었는데 방과 후 활동은 따로 안 하고 점심시간에 독서실에 있으면서 책상에서 책 보다가 애들 빌려가는 거나 체크하고, 책 정리하고 뭐 그런 식으로 동아리 활동을 했었습니다. 저희 학교 독서실의 경우 대부분 평범한 서적들이었지만 판타지 소설들도 꽤 있었는데 가즈나이트, 이노센트, 다크메이지, 룬의 아이들 같은 소설들이었습니다. 그 영향으로 예전에는 집에 있던 삼국지, 수호전 등 역사 관련 소설을 주로 읽던 제가 중1 때부터 판타지소설에 빠져 살게 됐었죠.
그러다가 중2 때 소위 오타쿠였던 도서부 친구가 소개시켜준 책이 있었는데 그게 바로 위 책, 작안의 샤나였습니다.
사실 당시 제 기준에서는 꽤 충격적인 소설이었는데 충격을 받은 부분만 대충 따져봐도 1) 주인공이 고등학생이며 2) 여성이 주연 중 하나이며 여성이 주로 강한 능력을 가지고 활동하며 3) 일러스트가 있으며 4) 고등학생 주제에 하라는 야자는 안 하고 놀고 있었으며 5) 그게 당연하다는 분위기이며 6) 기존 판타지/무협과는 전혀 다른 독특한 어반판타지 소설이었기 때문입니다.
아무튼 당시는 지금처럼 웹소설 주제가 다양하지도 않아서 판타지 or 무협이었으며 그나마도 9서클 어쩌고 안 하는 가즈나이트나 월야환담 정도가 독특한 세계관일 정도로 판타지는 서클, 소드익스퍼트, 소드마스터, 무협은 구파일방, 오대세가, 마교혈교 투성이었고 장르도 다양하지 않았는데 갑자기 일본 라노벨식 어반판타지가 딱 나오니 신기했던 거죠. 그때도 결국 '주인공의 성공스토리'가 메인이었고 여주는 그 과정에서 얻는 부속품 수준이었는데 그냥 '남주와 여주와의 로맨스'가 메인인 소설은 처음이라서 더 충격이었던 거 같습니다.
또 하나 달랐던 건 만화가 아니었다는 겁니다.
사실 일본의 만화는 고등학생이 주인공이고 판타지스럽고 공부를 신경 안 쓰는 경우가 꽤 많았습니다. 뭐 이누야샤 라던가 명탐정 코난 같은 거요. 다만 작안의 샤나의 경우 학교생활에 대해서도 나름 제대로 다루는 어반판타지이고 무엇보다 포맷 자체가 소설이라 더욱 그렇게 느꼈던 것 같습니다.
특히 당시 중학생이었던 저로써는 '고등학생이 주역'인 소설은 거의 처음봤는데(아마 예외가 오라전대 피스메이커 정도?) 그 와중에 여성이 오히려 강한 힘을 가지고 있으며 그 히로인과 남자주인공이 다시 꽁냥대는 소설은 상당히 매력적으로 다가왔습니다. 뭔가 무림정복!, 이 세계 깽판!, 내가 존나쎄!가 아닌 걍 전혀 다른 판타지 장르를 만난 셈이었으니까요.
이렇게 라이트노벨을 읽기 시작하면서 '스즈미야 하루히의 우울', '어떤 마술의 금서목록' 등을 중고등학교 생활에 걸쳐서 접했고 이에 따라 일본에 대한 관심이 점점 늘기 시작했습니다. '얘네들은 뭔데 고등학생인데 공부도 안하고 있을까?', '일본도 대학 잘 가야 인생 편한 건 똑같지 않나? 거기도 도쿄대, 와세다대 같은 명문대 있잖아', '야자도 안 한다고? 말이 되나?' 등등 부모님, 친척, 선생님들으로부터 '고등학교가 진짜 입시 시작이야', '고등학교 가면 이제 3년간은 공부해야겠네'를 디폴트로 들어왔던 저에게는 작안의 샤나의 주인공의 고교생활은 부러움의 대상이었고 그 '부럽다'에서 시작한 호기심은 일본 사회에 대한 관심으로 이어지게 되었습니다.
다만 이걸 자세히 조사할 역량도 되지 않았고 당장은 중학생, 고등학생 때까지는 라노벨을 읽으면서 막연하게 '쟤네는 뭔데 저렇게 살지?'라는 생각으로 있다가 고등학교 때는 일본어 선택과목을 선택해서 거기에서 처음으로 히라가나, 가타카나를 익히고 일본어를 공부하기 시작했습니다.
2. 대학교, 일본어
사실 일본어 실력 엄청 늘어난 계기는 대학교 ~ 군대였습니다.
교양 일본어, 일본사 수업은 오타쿠는 물론 일본 살다 온 귀국자녀 등 잘하는 애들이 워낙 많아서 별로 인기 좋지 않았는데 저는 어느 정도 기초도 있었고 뭣보다 흥미가 있었기 때문에 수업을 들었는데 이 과정에서 일본어의 기본+일본사의 기본을 익힐 수 있었고 이게 일본을 이해하는 데 상당히 도움을 줬습니다.
그 뒤 군대를 갔습니다. 다녀오신 분이라면 이병~일병까지야 힘들지만 상병부터는 시간이 꽤 남는 건 다 아실 겁니다. 게다가 당시 저는 상병~병장 기간을 소위 파견부대에서 상당기간 보내서 다른 상병장들보다 더 시간이 남아도는 상황이었습니다. 근데 거창한 자격증이나 고시 공부는 하기 애매하다 보니 평소에 관심이 있었던 일본어 공부를 하기 시작했습니다. 상병~병장 시기에 대략적인 일본어 문법, 독해, 리스닝을 완성했고 그 과정에서 일본 드라마/애니메이션 같은 콘텐츠 소비도 리스닝 공부에 꽤 도움이 됐습니다.
이때 어느 정도 일본어가 완성이 되었기 때문에 이때부터 일본 웹(주로 구글이나 야후 재팬)에서 일본 입시(日本 受験), 일본 취업(日本 就職), 일본 공무원(日本 公務員)을 본격적으로 싸지방에서 찾아볼 수 있었고 일본의 입시제도(중고일관제, 국립 입시, 사립 입시, 지정교추천, AO입시 등), 일본의 취업제도(신졸문화, 학력필터, 인턴제도 등), 일본의 취업 후 연봉(초봉은 거의 200만 엔 대지만 40~50대 중역돼서 많이 오른다던가, 상당수 소~중견기업은 고용은 보장되지만 상당히 박봉이라던가)하는, 일본사회에 대해서 더 구체적으로 알게 되었습니다.
그러면서 라노벨/애니 등을 접하면서 생겼던 환상은 어느 정도 깨지고 순수한 궁금증만 남았습니다.
'일본 애들은 정말 어떻게 생활하는 걸까?', '아, 만나서 이야기해보고 싶다'하는 원초적 궁금증이요.
결국 전역하고 나서 일본 교환을 결심하게 됩니다.
3. 교환학생 준비(교환학생의 이점, 부모님 허락, 돈 문제, 일본 교환 대학 유무)
솔직히 위 4가지 부분은 교환학생을 가시려는 분들이 많이 겪는 장애물입니다.
교환학생 가는 게 커리어에 별로 쓸모가 없거나(대표적인 경우가 의치한약수+간호, 학기, 학점 인정 안 되는 경우가 많고 그냥 졸업만 1년 미뤄질 뿐 커리어에 별 도움 안됨) , 돈 등을 이유로 부모님 설득이 안되거나(여성의 경우 치안문제도 있지만 상당수는 돈 문제)하는 경우입니다.
이게 다 통과돼도 결국 해당 대학에서 일본대학이랑 교환협정을 맺고 있어야 하죠. 특히 가고 싶은 대학, 지역이 있다면 그곳과 교환협정이 돼야 하고요.
그런데 저는 위 4가지 부분은 상관없었습니다.
우선 로스쿨 -> 법조인이 제 진로였기 때문에 로스쿨 입설에서 도움이 된다고 들은 제2외국어 최고등급을 받을 수 있는 일본어 역량 향상은 제 진로에 도움이 되는 일이었고 높은 학점(GPA)을 유지한 채 골치 아픈 3~4학년 전공과목(이른바 연세대에서는 3000, 4000 과목)을 안 듣고 그냥 전공과목 인정으로 16학점을 퉁칠 수 있었다는 점에서 저에게는 유용했습니다.
또 부모님은 오히려 기회가 되면 해외 나가서 살아보라는 입장이셨고 돈은 어차피 교환학생이라 등록금은 연세대에 그대로 내는 상황이었으며 가장 중요한 생활비도 저는 지방 출신 -> 서울 자취인 상황이라 조금만 보태면 서울 원룸 월세+서울 생활비나 일본 기숙사값+일본 생활비나 비슷비슷한 상황이었습니다. 그래서 큰 문제없었고요.
그 와중에 오히려 연세-게이오 교환생활비장학협정 때문에 370만 원 정도를 내고 매 달 10만 엔을 8개월 동안 받았으니 경제적으로는 오히려 이득이었습니다.
연세대생이어서 교환대학이 부족할 일도 없었습니다. 도쿄대는 전공수업 수강이 문제 돼서 교토대, 게이오대 중 고민하다가 게이오대를 질렀습니다. 그래도 사립이니까 좀 외국인에 유연하지 않을까 하는 마음+선배님들 파견보고서를 봐도 좀 더 긍정적이었고요. 위 장학협정은 지원할 때는 몰랐고 선발된 다음 알긴 했습니다....
아무튼 그래서 결국 게이오기주쿠대학 교환을 준비하게 됩니다.